편안한 부드러움, Sony NW-HD3 (개조 제품)

• Device / 2012. 8. 17. 16:34

 

 

의뢰인 : 루피

*이번 청음 후기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이벤트(?)를 종료하겠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소중한 제품을 기꺼이 빌려

신 롤군, ATJazz, 붉은인간, 우다리, Chris*, 쁠라스틱, HIZAKI, 개악당, 프렘, cap_song, 백승현, 아시엘르,

루피님께 감사드립니다.

 


1. 머릿말

 


"그거 아십니까! 옛날에 Sony에서 Alpine과 제휴해서 전세계에 10대밖에 없는 음질 특화 제품을

내놓았다는데 말이죠! 그게 이거라니깐요!!" (....설마 이것도 믿는 건 아니겠지...)

제조년월일 : 2005. 2
박스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Sony가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거침없는 삽질을 하던 시절입니

다. CD, 특히 MD 워크맨으로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갑작스러운 포맷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

응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MD에서 이어져온 그들만의 Adaptive TRansform Acoustic Coding 규격을 버

리지 않은 것, 해외에서 최악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온 전송 프로그램 Sonic Stage를 사용해온 것 - 이런 요소들

은 해외에서는 아이팟에게 철저하게 패배하였고 국내에서는 다기능과 편의성까지 갖춘 여러 업체들에게 밀려나

게 되었습니다. 2009년 현재, 필자의 눈과 귀로 볼 때 Sony의 MP3P들은 충분한 셀링 포인트를 갖추고 있습니

다. 디자인은 오래 전부터 Sony의 메카니컬한 모양을 보아온 팬들과 아이팟의 샤방한 디자인을 보아온 일반 유

저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이 역시 점점 발전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미키 마우스 버

튼은 버려줘, 쏘니! 제발! 플리즈! 오네가이!!)

이런 Sony지만, 단 하나 절대로 버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소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가장 초창기 제

품들은 오히려 소리가 별로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점점 MP3 규격에 대한 적응과 튜닝이 나아지면서 적어도

Sony스러운 음색은 꾸준히 이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빌리게 된 NW-HD3(이하, HD3)도 그렇습니다.

잠깐. 시작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는데, 지금 제가 듣고 있는 HD3의 사운드는 오리지널이 아닙

니다. 어디가 어떻게 개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개조'된 HD3이기 때문입니다. 개조 이후에 사운드가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또는 크게 변했는지 적게 변했는지조차 모릅니다. 예상해본다면 그리 큰 변화는 없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청음 후기가 실제로 제품 구매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HD3는 지금 구매

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중고장터를 찾는 것은 백사장의 바늘찾기가 될테니 주변의 매니아분들을

직접 찔러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즉, 이번 청음 후기는 철저히 재미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들이 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2. 사운드 특성

※ 뮤직 플레이어의 사운드 성향은 어떻게 체크할 것인가? 저같은 경우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음악 파일을

HD3와 다양한 플레이어(iPod Touch 2세대, S603, 모노리스2)에 담은 후 같은 하나의 이어폰으로 한번씩 들어

봅니다. 그 후 HD3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담아서 하나의 이어폰으로 하루 정도 느긋하게 사용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HD3에 여러가지 이어폰들을 연결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봅니다. 이 무슨 바보짓인가 하시

겠지만 이어폰과 달리 플레이어의 사운드가 가진 개성을 들춰내려면 정말 많은 횟수(기간이 아니라)의 청음이 필

요합니다. 이후부터 이어질 글은 위의 청음 과정을 모두 종합하여 내린 결론을 서술하게 됩니다.


"필자의 느낌을 그려본다면 대충 이렇습니다."

먼저 CD음반에서 직출한 ATRAC3 Plus (352kbps) 규격의 파일에 대해 잠시 언급드리겠습니다. 다른 플레이어

들과의 비교 청음을 위해 MP3 (320kbps, 음반 직출 또는 Mnet 구입) 파일을 계속 사용했지만, 사실 HD3의

진면목은 ATRAC 파일을 사용할 때 발휘됩니다. 이번에 접하게 된 개조버전 HD3는 필자가 대학교 시절 사용했던

MDP의 느낌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고음역 끝부분의 개운한 느낌이나 밀도 높은 중저음역 모두가 그렇습

니다. 그러나 낮은 압축률 또는 무손실 압축을 택하면 ATRAC 파일은 용량이 많이 커집니다. (700MB CD의 경우

400~500MB 수준) 320kbps MP3로 변환시킨 음반 1장의 용량이 대개 200MB를 넘기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많은 음악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로 실내용 하이파이를 하지 않는한 무손실 ATRAC과 320

kbps MP3와의 차이점은 크게 다가오지도 않으니, ATRAC이 결국 Sony의 MP3P에서 제외된 이유를 알 것 같습

니다. (일본 내의 제품들은 아직 지원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Sony가 PC-Fi 분야로 나가보면 어떨까싶기도

하지만 그 역시 FLAC에 밀릴 것 같아 아쉽습니다.

MP3 파일을 재생하는 '묻지마 개조판 HD3'의 사운드는 사실상 '헉'소리가 날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가

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3, 4세대 시절만해도 밋밋하고 건조한 사운드를 내던 아이팟의 느낌이 현재 아이팟 터치

2세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HD3의 사운드와 비교해도 MP3 파일을 기준으로 하는 이상

HD3가 매우 우세하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팟의 사운드가 그만큼 발전한 셈인듯... (어이, HD3 청음

하는 거 아니었나?) 즉, 제가 느낀 사운드의 '퀄리티' 부분에서는 무손실 ATRAC을 사용하지 않는한 근래의 MP3P,

특히 경쟁 타겟이었던 아이팟과 딱히 경쟁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HD3가 가진 매력은 퀄리티가 아닌 음의 개성에

있습니다. 어떤 개조를 거쳤는지는 몰라도 제 손에 들린 HD3는 재미있는 주제를 통해 소리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소프트하고 깔끔, 담백한 사운드. 편안함, 자연스러움에 집중한 음색.]

제가 예측해본 개조판 HD3의 개조 포인트는 저음역 부분입니다. 느낌 그래프로도 보여드렸지만 저음역에 약간의

부스트가 있습니다. 문제는 저음을 강화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저음이 울리는 성향입니다. Sony의 MDP를 쓰면

서 느꼈던 '단단한' 느낌이 아닌 너무도 부드러워서 말랑한 감촉마저 느껴지는 저음의 울림이었습니다. 또한, 응답이

꽤 느려서 빠른 음악에서는 저음 울림이 서로 겹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고음, 중음 부분은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이

어지므로 딱히 '특징'이라고 잡기가 어려웠으나 이런 저음의 표현은 음악 장르를 꽤나 가리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점은 음악을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며, 나쁜 점은 샤프하고 선명하거나 단단

현대적 사운드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이어폰 TwistJax의 청음 후기를 보셨다면 제품 형태는

다르지만 개조판 HD3가 TwistJax와 정반대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상당한 아날로그의 향취

를 갖고 있어서 음악 또한 그런 쪽으로 들어주는 편이 좋더군요. 그리고 단연코 클래식 감상에 베스트 매칭임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장르별 매칭 대신 '이어폰 매칭'을 보면서 짐작해보시기 바랍니다.

 

 

Audio-Technica ATH-CM7 SV
수년간의 사용을 통해 에이징이 다 되어버린 제품입니다. CM7을 써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에이징이 완료된

CM7은 고음역 부분에서 자극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특유의 착색음이 줄어들게 되어 싫어하시는 분들도 가끔

보입니다. 개조된 HD3와 연결된 CM7은 중저음 위주의 펑퍼짐(?!)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매우 강한 '높은

저음역' 타격을 가진 CM7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덩어리가 크게 셋팅된 HD3의 저음역을 만나니 그 단단함

이 하염없이 허물어집니다. '어머머, 이러지 마세요'하는 CM7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_-) 이어폰의

특색을 살려주는 게 아니라 녹여버리는 매칭이었기에 딱히 좋다는 표현은 못하겠군요.

Sennheiser MX400
이 HD3를 빌려주신 루피님께 전합니다. 주변 친구분들에게서 뺏아오거나 1~2만원주고 정품을 구입하거나 어찌

되었던 MX400 하나 구입하셔요. 만약 클래식을 즐겨듣는다면 정말 강력추천드리고 싶습니다. HD3의 선명하고

깨끗한 고음역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중음역, 응답이 느려도 따뜻하고 풍성한 저음역 모두가 MX400의 뼛속까

지 드러내주는 매칭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에이징이 된 필자의 MX400과 HD3는 서로의 부드러움이 더해지면서

도 정신없는 느낌이 완전히 배제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어주었습니다. MX400의 해상도가 살짝 부족하기 때

문에 소름돋는 디테일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느낌'에서 본다면 클래식을 너무도 잘 소화해낸 조합이었습니다. 개

조된 HD3가 장르를 많이 탄다고 말씀드렸듯이 이후에도 특정 장르에 맞는 다른 이어폰이 등장합니다.

Sleek Audio SA6 (고음+, 저음-, 중형 더블팁 슬리브)
무척 선명한 소리를 내는 SA6이기에 HD3의 해상도를 체크하기에 좋았습니다. 슬리브를 소형에서 중형을 바꾸어

듣게 된 이후부터 고음+ 필터와 저음- 포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고음역 처리가 형편없다면 고음+ 필터

가 꽂힌 SA6에서 깨지는 음을 듣게 됩니다. 개조된 HD3는 이 부분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겨버리며 그 성능을

과시했습니다. 저음- 포트를 사용했지만 저음역은 여전히 부스트가 많았으며, SA6 자체가 부드러운 저음 타격감을

주는 편이지만 둔감한 타격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역시 부드러움 덕분에 강한 성향의 곡들과는 어울리지 않았습

니다. 저음 타격을 조금 더 짧고 단단하게 잡았다면 락 음악과 베스트 매칭이 되었을 것입니다.

Head-Direct RE0 Kylin (더블팁 슬리브)
사운드 밸런스가 뛰어나고 청명한 고음을 내는 RE0를 연결해봅니다. 일단 HD3의 볼륨을 절반 이상으로 올려야 했

습니다. 비교적 높은 저항값(64옴)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HD3의 출력이 강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고음부의

마감이 역시 깨끗합니다. 착색이 없으면서도 시원하게 뿜어내는 RE0의 고음이 HD3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저음 부스트가 거의 없는 RE0지만 역시 약하게나마 보강된 저음량이 느껴지니 HD3의 저음 사랑이 계속 되고 있음

을 알게 됩니다. 이 조합은 딱히 어울리거나 별로인 장르가 없었습니다.

Future Sonics Atrio (소형 더블팁 슬리브)
Atrio의 저음 표현은 참 신기합니다. 무척 강하게 부스트된 저음이면서도 타 음역대를 거의 덮지 않는데다가 응답이

그렇게까지 느리지 않아서 처진다는 느낌도 적습니다. 그리고 저음의 해상도 자체가 높아서 매우 맛깔나는 둥둥거림

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조된 HD3와의 매칭은 얼핏 생각해보면 저음+저음이니 좋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결과는

달랐습니다. 재즈에 사용되는 더블 베이스의 두우우우우우웅~ 소리가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체크해보고 싶으시

다면 Atrio가 좋은 매칭이 될 것입니다. 피아노, 색스폰, 트럼펫, 보컬 등 다른 파트를 뒤덮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합

니다. 저음의 목마름을 완전히 해결해주는 조합이지만, 역시 밸런스가 너무 저음쪽으로 기우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개조된 HD3의 소리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본다면 고음, 중음역은 선명

하고 깨끗하며 저음역은 응답이 느리고 양이 많지만 부드럽고 풍성했습니다. 그리고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워

편안한 음악 감상에 좋았습니다. 샤프함, 단단함 - 이런 단어들을 배제한 사운드이므로 장르의 구별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족을 달자면, 개조된 HD3는 화이트 노이즈가 무척 강합니다. 음악 감상에 다소 방해가 될 정도였는데 조금

강력한 저항어댑터를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레전드급 화이트 노이즈를 내는 NW-S603보다도 강한 물건 등장...)


3. 장단점 및 결론

 

 

GOOD
부드럽고 편안한 음색
양이 많고 따뜻한 성향의 저음 표현
선명하고 깨끗한 고.중음역 (ATRAC 사용시 강화됨)
MDP 느낌을 주는 추억의 디자인

BAD
샤프하고 단단한 사운드는 아님
파워풀한 화이트 노이즈
구할 수가 없음


오랜만에 Sony의 음색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Sonic Stage를 쓰면서 USB 인식 오류로 잠시 세상의 끝

을 맛보았고, 밤 중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화이트 노이즈를 느끼면서 진정한 자연을 맛보았지만 즐거운 청음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거 맞냐!) 개조가 되었지만 누가, 어디를 개조했는지 모르는 HD3였기에 사실상 별 의미없

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이것도 취미이고 즐거움입니다. 읽어보신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언젠가 다시 청음 후기로 뵐 날을 기약드리며 글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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